면역력이 약해서 알레르기 비염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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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ublicdomainpictures.net

알레르기 비염으로 이비인후과에 방문한적 있으신가요? 본인은 아니어도 주변 지인들이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만큼 알레르기 비염은 현대 사회에서 흔한 질환이지만, 또한 치료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그 중 하나가 면역력이 떨어져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면역력이 떨어지면 알레르기 비염에 걸리는 것일까요? 그래서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식품이나 약물을 먹고 면역력 강화에 힘써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이물질이 침입하면 이를 제거하기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데, 이것을 면역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 때 이물질에 대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여 스스로 자신의 조직에 해를 끼치는 상태를 통칭하여 과민면역반응이라 하며, 이 중 하나가 알레르기 질환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을 비롯해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이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입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 작용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근본적인 병태생리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많은 이론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 중, 주목받고 있는 이론이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입니다. 감염에 대한 노출 빈도가 낮을수록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인데, 쉽게 말해서 어렸을 때 너무 청결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할수록 알레르기 질환이 잘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세균이나 기생충 등과 접촉이 적었던 사람은 면역 체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달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은 물질들에 대해 과민면역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질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T 림프구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T 림프구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요소 중에 보조 T세포(T helper cell)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Th1(T helper type 1) 세포와 Th2(T helper type 2) 세포의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이 때, Th1형 세포는 세균에 대한 면역을 담당하고 Th2형 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데요. 만약 아기가 자라면서 적당한 세균이나 기생충과의 싸움이 없이 성장한다면 Th1형 면역반응 체계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게 되고, 결과로 Th2형 면역반응이 더 잘 일어나게 되는 불균형 면역체계가 되어버립니다. 결국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되기 쉬운 ‘체질’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면역력이 ‘약해서’ 알레르기 비염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특정 부분의) 면역력이 비정상으로 ‘강해서’ 알레르기 비염에 걸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환자의 이런 면역 체계는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정해졌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의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꾸준한 진료를 통해 조절하는 질환이지, 감기같이 몇 번 약을 먹는다고 낫는 병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높여 알레르기를 자연 치유 시켜준다는 각종 약물이나 요법, 건강기능식품에 현혹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알레르기 비염을 위한 약물, 면역 치료, 수술적 요법 등의 최신 지견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수 : 조재훈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진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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