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논란?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없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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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약업신문

 

가짜 백수오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백수오라는 식물의 추출물로 제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업체에서 가짜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는것이 문제가 된다고 하고 이엽우피소는 백수오보다 가격도 싸고 부작용도 크다고 합니다. 업체는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판매된 값비싼 이 제품을 환불해 줘야 하는 홈쇼핑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주식시장에도 파장이 큽니다. 제가 주식에 대해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만큼 그 업체의 영향력이 큰가 봅니다. 또한 관련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싸게 주고 가짜를 샀다는 소비자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건 진짜건 간에 백수오가 정말로 갱년기 증상완화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물음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백수오의 비상

백수오가 큰 주목을 끌게된 건 제가 알기로는 대한갱년기학회의 갱년기 TV광고 이후였었습니다. 전 가정의학회장이자 대한갱년기학회를 창립한 국민주치의라고 불리고 계신 유명하신 교수님께서 광고에 나와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 하십니다. 글쓰기를 많이 망설인 가장 큰 이유인데 제가 몸담은 학회의 전 학회장이셨던 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전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사실 백수오라는 식물은 의사 누구도 주목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던 식물입니다. 바쁘신 학회장님이 관련 문헌을 찾아서 정독해서 읽어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수오의 효능?

백수오(C. wilfordii)에 대한 연구를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은 논문이 검색되는 펍메드(pubmed)에서 인체대상 연구는 단 4편 뿐입니다. 그중 1편이 백수오 추출 혼합물이 폐경증상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식물치료 연구지(Phytotherapy research)에 실린 연구였습니다. 식물치료 학회지의 임팩트 팩터(IF : Impact factor)는 2.3점 입니다. 임팩트 팩터는 인용정도를 의미하는 지수로 연구지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가장 유명한 의학 저널인 NEJM은 54.4점, lancet 39.2점 입니다. IF 점수로 논문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점수가 높을 수록 논문을 싣기가 어렵고 그만큼 질 높은 논문이 실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외국인 제 1저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내츄럴 엔도텍 소속 연구원이네요. 연구 내용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백수오(Cynanchum wilfordii), 속단(Phlomis umbrosa), 참당귀(Angilica gigas)의 혼합 추출물로 만든 EstroG-100이라는 제제의 효과를 보기 위한 연구입니다. 백수오의 효능이라기 보다는 에스트로G의 효능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네요. 왜냐면 각 성분 자체로서 연구된 자료도 없고 에스트로G로 연구한 본연구가 유일하기 때문에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연구에는 총 6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그중 31명은 에스트로G를 복용 나머지 33명은 가짜약을 복용하였습니다. 갱년기 증상은 설문조사로 KMI 점수를 측정하였습니다. KMI 점수는 61점이 가장 심한 증상이고 에스트로G를 복용한 실험군은 29.5점에서 11.3으로 감소하였고 가짜약을 복용한 그룹은 29.2에서 23.7로 감소하였습니다. 실험군은 18.1점이 감소하였고 대조군(가짜약 복용군)은 5.5가 감소하였습니다. 정말 엄청난 효과입니다. 여성호르몬 측정치는 특이하게도 에스트로G를 복용한 그룹에서 감소하였고 대조군에서는 증가하였습니다. 뭔가가 맞지 않습니다. 폐경기 증상은 여성 호르몬의 부족으로 오는데 말입니다.

 

의문?

연구결과에서 증상의 호전만을 놓고 보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 맞습니다. 점수의 감소만 놓고 보면 거의 호르몬 치료를 한것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높은 효과를 보인다면 분명 더 많은 인원수로 대규모의 연구가 이후 시행되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았던 것도 이상합니다. 폐경기 증상완화에 이전부터 많이 쓰여온 승마(Black cohosh : Cimicifuga racemosa)만 보더라도 펍메드에서 백여편의 논문이 검색 됩니다.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고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보인바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편의 연구를 가지고 이렇게 주식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학회에서도 단 한편의 연구를 가지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지도 모를 공익광고에서 본의 아닌 광고를 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래와 같은 기사도 있네요. 공익광고가 폐경기의 어려움을 도와주겠다는 갱년기학회의 홍보가 아닌 백수오 광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은 공익 캠페인 덕분입니다

가장 영향력있는 NEJM에 실린 연구에서 조차 결론에는 항상 추가적으로 더 많은 인원이 포함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멘트가 실리기 마련인데 위 연구에서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대개 이러한 연구는 제약회사의 스폰서 하에 대학병원 연구진들이 연구를 하게 마련인데 연구진의 대부분이 회사소속 연구원인것도 의문스럽습니다. 저정도 효과를 보이는 물질이라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지도 모르는 연구인데 폐경기 학회지 같은 유명한 학회지가 아닌 식물치료 연구지에 올린것도 의문스럽습니다. 좀더 승인이 쉬운 연구지를 택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결론

새로운 치료법이나 이전 지식이 지식이 아닌 것이 되는 현상은 과학자(여기서는 의사)들의 끊임없는 의심에서 비롯됩니다.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한마디 말로 시작된 이 열풍이 가짜 논란으로 인기를 얻은 것 만큼이나 극적으로 사라져 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백수오(정확하게는 에스트로G-100)가 추가 연구를 통하여 정말 여성호르몬 처럼 효과가 있음이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에스트로G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연구나 의학적 효과를 논하기 어려움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된 배경에 있어 드는 수많은 의구심을 누구하나 이야기 하는 이가 없다는 것 또한 이상합니다. 에스트로G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나오고 이에 대한 효과가 더 자세히 밝혀진다면 저는 사과를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맞고 의사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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