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치료받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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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 아마 많이 계실 것입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하는데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심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불규칙하게 뛰느냐에 따라서 부정맥의 종류가 나누어지게 되는데, 그중 흔한 부정맥 중의 하나이면서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치명적 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가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2~3%가 심방세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2014년에 조사되었는데 2005년에 0.4~1%였던 것을 보면 얼마나 그 증가 속도가 빠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연령별로는 50세 미만에서는 0.14%로 낮은 유병률을 보이는 반면 60~70세에서는 4%, 80세 이상에서는 14%까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심방세동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필요할 것입니다.

심방세동 환자 중에는 만성적으로 심방세동에 적응이 되어서 별다른 증상이 없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아 자신이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사시는 분들 또한 많습니다. 그렇다면 심방세동이 무엇인지, 치료는 어떤 것이 있으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방세동이란?

정상 심장 (출처 : 위키피디아)

심장은 심실과 심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심방은 온몸 또는 폐를 거친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들어오는 곳이고 심실은 혈액을 온몸이나 폐로 짜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말합니다.

부정맥의 전반적인 기전은 복잡하지만 일반적인 부정맥은 심실이 불규칙하게 뛰어 온몸으로 도착하는 혈액의 양이 달라지게 되어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심방이 한번 수축하면 심실이 그다음에 한번 수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심방세동은 심방의 여러 부위가 미세하게 박동하여 정상적인 심박수인 분당 60~100회가 아닌 400~600회까지 뛰게 되면서 부정맥을 형성하게 됩니다.

심방세동 심장 (출처 : 위키피디아)

정상 심장(위의 그림)은 위에 있는 심방이 수축된 후 심실을 수축시키기 위한 전기 신호가 정해진 회로를 통해 내려가는 반면 심방세동(오른쪽 그림)에서는 심방이 매우 빠르게 뛰기 때문에 심실에 정확한 수축 신호를 보내주지 못하게 되어 심실은 불규칙하게 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방세동은 빠르고 불규칙한 심전도의 파형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심방세동의 원인은?

그렇다면 왜 심방세동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심방세동의 원인은 증가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심방세동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심혈관 질환과 관련되어 발생하지만 정상 심장에서도 발생이 가능합니다.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원인으로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장 판막질환, 심방 비대, 심근 병증, 심내막염, 선천성 심질환 등이 있습니다. 폐렴이나 폐암과 같은 폐 질환도 또한 심방세동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갑상선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고 비만도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비만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수면 무호흡증도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장 수술 후에도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도한 음주 후에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것 또한 휴일 심장 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인의 경우 이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유전적인 영향 또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이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자식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심방세동의 증상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방세동이 있음에도 불규칙한 심장박동에 적응을 한 사람들의 경우 증상이 없어 자신에게 심방세동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심방세동의 증상은 심장이 불규칙하고 빨리 뛰게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심장이 100회 이상으로 빨리 뛰는 것을 빈맥이라고 하는데 심방세동의 증상은 불규칙한 빈맥에 의해 나타납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입니다.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거나 운동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간혹 협심증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가슴 통증도 나타납니다. 이는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인해 협심증에서처럼 심장 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폐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못하고 남아 있는 울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폐울혈로 인해 호흡곤란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심방세동은 이차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심방세동의 원인에서 알아본 것처럼 심장질환이나 폐 질환으로 인해 심방세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원인이 되는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심장질환의 경우 흉통을 보일 수 있고 폐 질환의 경우 호흡곤란,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서는 체중 감소나 변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의 진단은?

여러 가지 의심되는 증상을 가진 경우 병원에 방문하셔서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다른 심장 질환들과는 달리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심전도검사라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원인 파악과 동반된 질환에 대한 검사를 위해 혈액검사나 심장초음파, X-ray 검사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의 심전도(상), 정상 심전도(하)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간혹 심전도 검사에서 심방세동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심방세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인데 이를 발작성(paroxysmal) 심방세동이라고 합니다.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심전도 검사시에 심방세동의 심전도 결과를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라는 휴대용 심전도 검사 장비를 몸에 부착한 채로 하루 동안 생활을 하면 24시간 동안의 심전도 검사 결과가 기록되기 때문에 심방세동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도 심방세동으로 진단이 가능하게 됩니다.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심방세동의 치료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심방세동은 앞서 그림에서 본 것처럼 심방이 매우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수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방(특이 좌측) 내에서 혈액의 흐름이 저하되어 피떡(blood clots)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형성된 피떡이 좌심실에서 온몸으로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가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졸중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혈전 색전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심방세동 환자는 심부전,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 바로 치료의 목표가 되겠습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파악하는 계산식을 통해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한지를 의사들이 결정하게 됩니다. CHA2DS2-VASc라는 식을 통해 뇌졸중 발생 위험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계산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계산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CHA2DS2-VASc 점수 계산기

CHA2DS2-VASc는 위험요인에 대한 영문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심부전, 고혈압, 당뇨, 나이, 뇌졸중 기왕력, 혈관 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위험 정도를 계산하게 됩니다. 점수는 0-9점까지 측정할 수 있는데 0점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거의 없으며, 1점일 경우 매년 뇌졸중 발생 위험이 1.3%입니다. 2점은 2.2%, 5점은 6.7%, 9점은 무려 15.2%나 됩니다.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위한 항응고제의 복용은 1(여자)~2(남자) 점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심장율동전환 (출처 : 위키피디아)

다른 치료로는 심장의 리듬을 정상화하기 위한 항부정맥 약물의 복용 및 전기충격치료(심장율동전환, cardioversion), 전극 도자 절제술 등이 있습니다. 심장 박동이 빠른 경우 박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박동이 너무 느린 경우 인공심박동기의 삽입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론

노인인구의 증가로 심방세동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없어서 자신이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지내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심방세동에 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심방세동으로 진단된 환자는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도 중요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는 혈압이나 혈당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처방되는 사례가 많이 줄었지만 항응고제 치료제로서 와파린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 담당 의사에게 주의사항 및 피해야 하는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숙지하셔야 합니다.

새로 등장한 항응고제들 덕분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와파린 처방에 대한 부담이 줄게 되었고 뇌졸중 예방 효과 또한 더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있으신 분들이나 가족력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의 심장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요인들을 피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빠른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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