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탈모, 새로운 치료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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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과 같이 우리 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아닙니다.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외모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통을 받게 됩니다.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호르몬 관련 탈모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남성에게 발생합니다. 탈모는 청소년기부터도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에게 탈모가 발생하게 되면 심각한 자신감 결여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남성형 탈모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탈모 치료의 옵션은 제한적이며 효과 또한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탈모 남성

국내 통계 자료에 의하면 탈모 인구는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탈모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병의 메커니즘 또한 대부분 밝혀져 있지만 완벽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탈모 관련 용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학적 치료법의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약들은 한 해가 멀다 하고 여러 종류의 신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인받은 탈모 치료제는 단 두 가지입니다.

새로운 치료법은 언제나 등장할까요?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있을까요? 이번에는 탈모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탈모 치료 분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고통받는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남성형 탈모이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주로 다루겠습니다.

 

남성형 탈모란?

탈모의 정의는 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존재해야 하는 부위에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전체 머리카락의 수는 5~7만 개로 알려져 있으며 정상적으로 하루 50~7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루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 탈모하면 남성 호르몬 관련 대머리를 생각하게 되지만 원형탈모증, 휴지기 탈모, 전신 질환을 동반하는 탈모와 같이 여러 종류의 탈모가 존재합니다. 크게 탈모는 머리카락이 자라 나오는 모낭이 파괴되어 반흔(흉터)가 생성되는 탈모와 흉터가 생기지 않는 탈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의 경우 모낭이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머리카락의 성장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모발 성장 단계
저작권 : designua / 123RF 스톡 콘텐츠

조건하에서는 모발은 성장하다가 잠시 성장을 멈추고 빠진 다음 새로 자라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남성형 탈모의 과정을 살펴보면 축소화(miniaturization)라고 불리는 과정이 주로 작용합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서 변형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이하 DHT)은 테스토스테론 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이러한 호르몬이 달라붙는 수용체에 작용하게 됩니다. 모낭에는 이러한 DHT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일부 모낭 수용체는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하게(oversensitive) 반응하게 됩니다. DHT는 모낭을 축소시키고 점점 더 작게 만드는데 이러한 모낭에서 만들어지는 모발은 얇고 성장 기간도 짧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모낭에서 모발이 자라나지 않게 되는 것이 바로 남성형 탈모의 메커니즘인 것입니다.

DHT에 민감화된 모낭 수용체는 주로 남성의 정수리 양측에 존재하기 때문에 M자형 탈모가 나타나게 되고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 결국은 정수리 부분까지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원형 탈모나 다른 질병에 동반되는 탈모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반면 이러한 남성형 탈모의 경우 현재까지는 의학적으로 완전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의 병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탈모의 알려진 치료법은?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지만 현재 공인된 약물 치료법은 단 두 가지입니다. 미국 식품 의약국(FDA)에서 승인된 두 가지 약제는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Minoxidil) 성분과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조차도 질병을 완치하지는 못하며 약물의 중단시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가지 약제와 다른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미녹시딜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인데,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현상이 발견되어 현재 탈모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녹시딜은 고혈압 약제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혈관에 작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녹시딜이 탈모를 치료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남성 호르몬에 작용하지 않고 두피 혈관에 작용하여 모낭에 산소, 혈액, 영양분의 공급을 원활하게 도와주어 모발의 굵기를 굵어지게 하여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미녹시딜의 탈모 치료 원리입니다. 하지만 미녹시딜은 탈모 범위가 큰 경우 효과가 작고 약물을 바르는 것을 멈추면 탈모가 다시 진행되는 것이 단점입니다.

미녹시딜은 여성형 탈모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약제이며, 치료는 남성 치료 농도의 절반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2. 피나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는 미녹시딜에 비해 더 치료 효과가 높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DHT가 남성형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DHT를 줄이는 것이 피나스테리드의 역할이 되는 것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환원효소(5-alpha-reductase)에 의해 DHT로 변환되는데 피나스테리드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5-alpha-reductase inhibitor)로서 작용하여 체내 DHT 레벨을 60% 정도 줄여줍니다. DHT가 줄어들어 그만큼 모낭에 대한 작용이 줄어들게 되어 모낭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모발이식 외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피나스테리드 성분 약물입니다.

피나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 1mg (출처 : 위키미디어)

DHT는 또한 전립샘에도 작용하여 전립선 크기가 커지는 전립선 비대증을 유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나스테리드는 이전부터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전신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보니 그 빈도는 높지 않지만 성 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 또한 존재합니다.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 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면 약물 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 두타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피나스테리드와 같은 역할로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이용되는 약물입니다. 아직 미국 식품 의약국에는 탈모 치료에 승인되지 않았으나, 국내와 일본에서는 사용 승인이 되어 있는 치료 약물입니다. 탈모 치료 효과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식품 의약국에서 아직 승인을 안 하고 있는 이유처럼,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아직 부족하고 장기간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피나스테리드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비슷하며 약물 중단시 탈모의 진행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과 치료의 효과가 점차 떨어진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약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 모발이식 및 레이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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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이식 과정 (출처 : 위키미디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가 높은 치료 방법은 바로 모발이식입니다. DHT에 덜 민감한 아직 탈모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의 모낭을 이식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 및 통증이나 수술 부위 염증과 같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치료법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낭을 하나하나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나 시술 시 이식되는 양의 제한이 있어 수차례 시술이 진행되어야 하는 문제점 또한 쉽게 모발이식을 선택할 수 없는 문제점이 되겠습니다.

저출력 레이저 치료도 최근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여성형 탈모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것이 어떤 원리로 작용되는지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없으나 광선이 모낭의 줄기세포를 자극하여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결과가 많이 않기 때문에 실제 치료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이야기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전통적으로 이용돼 온 쏘팔메토는 중간 이하의 탈모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으나 근거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의 연구였고 이후 추가적인 연구가 없었습니다. 비오틴의 탈모 치료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새로운 탈모 치료제의 개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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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환자의 두피 (출처 : 위키미디어)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은 정보 접근력이 우수한 젊은 탈모환자라면 대부분 다 알고 계신 내용일 것입니다. 치료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여러 생활 방법 개선법이나 의약외품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특정 질병 관련하여 가장 크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 바로 탈모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으며 고통받는 질병이지만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며 모발 이식 외에는 완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치료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들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모발의 수가 줄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존 치료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최근 시행되는 연구들은 그 원인에 접근하여 치료하면서도 부작용은 높지 않은 방법들을 찾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치료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유전자 치료

남성형 탈모의 대부분은 유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Edinburgh) 대학 연구진은 남성형 탈모와 관련된 유전자 부위가 287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남성형 탈모 치료의 열쇠는 어쩌면 유전자 치료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잘 치료되지 않는 것 또한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전자 부위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 만큼 특정 유전자를 목표로 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완벽한 치료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2. 줄기세포

미국의 샌포드-번햄 의학 연구소(Sanford-Burnham Medical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새로운 모발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줄기세포 관련 기술은 인간 줄기 세포를 생쥐에 이식하여 모발을 생성하는데 성공한 기술로, 현재 연구진은 인간 두피에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은 적고 새로운 모발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것이 실현된다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줄기세포로 인해 생성된 모낭의 DHT에 대한 감수성 문제라던가 유전자 치료와 마찬가지로 비용 문제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난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JAK 억제제

JAK 억제제(JAK inhibitors)는 최근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약제입니다. JAK(Janus kinase,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는 면역과 염증 조절을 담당하는 단백질에 명령을 내리는 효소인 JAK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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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의 구조 (출처 : 위키미디어)

JAK는 현재 자가면역 질환의 치료를 위해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데, 탈모 또한 유전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련성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JAK 억제제 중 일부는 미국 식품 의약국은 골수암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것이 승인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크론병이나 췌장암, 건선의 치료에 대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전까지 탈모 치료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JAK 억제제는 모낭에 JAK 효소가 작용하는 것을 억제하여 모발 증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콜롬비아 의과대학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JAK는 모낭에 염증물질로 작용하여 탈모를 유발하는데 JAK 억제제가 이것을 억제하여 모발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즉 모발의 발달단계 중 휴지기에 머무르고 있는 모낭들을 생장기로 재진입 하는 방식으로 모발 생장을 촉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30% 이상 탈모가 진행된 12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먹는 JAK 억제제(ruxolitinib)를 복용한 연구 참여자는 3개월간의 복용 후 9명은 50% 이상 모발 생성이 촉진되었습니다. 하지만 치료 중단 후 치료 효과가 있었던 1/3은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연구 자체가 소규모였고 연구 또한 이중 맹검법(가짜 약과 치료약을 사용하여 결과에 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과 같이 근거 높은 연구 방법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더 많은 연구들을 통해 JAK 억제제의 탈모 치료 효과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약제의 효과와 치료 지속 여부 및 부작용에 대한 추가적 연구들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무리

탈모는 수많은 남성들의 고민거리이자 현대의학이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골치거리입니다. 유전성 남성형 탈모는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을뿐더러 개인별로 치료 효과의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치료 약제는 복용을 지속하여야 하고 시간이 지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 또한 감수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JAK 억제제의 경우 이미 많은 종류의 약이 나와 있고 새로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 연구들이 진행 및 완료(5~10년) 되어 그 효과 및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아마도 탈모 치료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탈모 걱정
저작권 : goodluz / 123RF 스톡 콘텐츠

이미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알고 계신 탈모인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질병들에 새로운 약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탈모 치료제는 큰 변화가 없는 실정입니다. 좀 더 효과 좋은 치료법 및 약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입증된 치료법 외에는 받지 않는 것이 좋겠으며 심한 경우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신약이 개발 및 승인이 되어 나와 고통받는 많은 분들이 풍성한 머리를 가지실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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